2025년 3월 2일 개학 후 첫 미사가 있던 일요일. 개학미사는 친구들 선생님들과의 친목모임의 시간이 있다. 요즘 성당가기 싫은 선주가 꼭 가주었으면 했다. 신부님의 응원도 있었고 수녀님이 선주를 찾아주시기도 했고 그래서 사실 아침부터 기분 좋게 만들어 놓으려고 신경쓰고 있었다. 하지만 저런.. 이래저래 우리와 선주 사이에 안 좋은 상황이 된 것이다. 그래서 결국 성당 가기전에 대치 상황이 펼쳐졌다. " 가자! 안가! 가자 준비해! 안가면 안되?" 강요로 안된다는 걸 알지만, 처음으로 강하게 이야기해보았다. 결국 혼자 속상한 마음으로 성당에 다녀왔을 때, 선주의 길고 긴 장문의 문자메세지를 발견했다. 차 안에서 거의 한시간쯤이였나? 한참 걸려서 읽고 하나하나 코멘트를 썼다. 썼다 지웠다를 여러번.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결국 우리 셋의 마음은 서로 조금씩 풀어졌고 애썼다. 그 늦은 밤에 원하던 딸기 빙수를 해 먹었고 거실에서 셋이 모여 잤다. 그리고 뭉은 허리가 삐끗하여 이제껏 고생 중이다. -_-;; 선주의 진심, 나의 진심이 통했을까? 좀 민망하지만 선주가 보낸 장문의 메세지와 나의 코멘트를 기록해본다. 나중에 보면서 웃을 날이 오겠지? -------- 선주 : 꼭 읽어줘..? 내 생각을 오프라인에서 말로 하다간 또 울거같아서 글로 씀(울면서 말하면 알아듣기도 불편하고 짜증난다고 생각돨 수도 있으니까) 진짜 이걸 보낼까 말까 한 백번쯤 고민했음 희토 : 잘 보냈음. 정리가 덜 됬지만 글도 잘 쓰고 표현 아주 잘하네. 표현은 해야지. 너의 글에 코멘트를 달아본다. <나의 주장> 선주 : 괜히 싸우고 싶지 않ㄴㅎ음. 희토 : 같은 생각 선주 : 그런데 나는 내 의견이나 주장이 부모님 생ㄴ각과 맞지 않더라도 말하고 싶음 희토 : 옳음. 말하고 대화해야 함. 선주 : 종교같은 건 내 자유니까 내가 정해야 된다고 생각함 희토 : 인정. 아직 질풍노도의시기를 지나가고 있는 너에게 영적으로 좋은 것을 주고싶은 엄마 마음은 알려나? 너의 건강을 위해 밥을 주듯이. 오늘 가서 친구들 선후배들도 보고 선하고 좋은 사람들을을 만나길 바랬음. 학교생활에도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임. 내가 성당가자고 이렇게까지 강하게 이야기하는 선택을 해본건 처음 아닌가? 선주 : 한달에 한번씩만 간다고 해도 결국엔 믿음이 없는데 거짓으로 가서 거짓으로 전례하는거니까 그게 더 나쁘다는 생각이 듬 희토 : 믿음이 없는 건 어른들도 마찬가지임. 모든 사람이 믿음이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고 그러함. 신부님들 마저도 그렇다 들었음. 그러니 그건 절대 오해. 나쁘것이 아님. 선주 : 또, 건강/위생 문제는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만 그 외는 조금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음. 엄마가 밑에서 포기했던 부분 중 말 하면 기꺼이도 아니라 그냥 할 것들이 있다고 생각함(위생,건강,유튜브)학생의 본분은 공부라는걸 당연히 인정함. 그러나 공부와 예뻐지고 싶은게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음 희토 : 정도에 따라 달라짐. 미용에 쓰는 시간이 많고, 우선 순위가 본분모다 미용이 우위에 있다고 보임. 선주 : 또, 나는 내가 주로 공부하는 양과 시간은 정해져있고 그 외 시간에서 취미생활을 하는거임 희토 : 혼공 시간과 취미생활 시간의 양들을 점검할 필요 있음. 학습량 부족의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고있음. 그리고 취미생활 먼저하고, 후공부하는 습관으로 미루는 문제가 있음. 하지만 노력중이고 나아질거라 기대하고 있음. 선주 : 나는 공부를 꽤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해야하는걸 알고 열심히 함 희토 : 청소년시기에 공부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전문가들이 말함. 싫지만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꾸역꾸역 해보는거임. 해보는 걸 경험해 본 사람이 되길 바람. 선주 : 말대꾸 한 적이 없음 (아마 내가 이해가 잘 안되었던 거나 진짜 궁굼한거나 정정하는 말이였을 듯) 희토 : 오해였나 봄. 인정. 선주가 그럴리 없음. 선주 : 너무 속상허ㅏㅁ 아까 짜증냈던건 내잘못임 엄마 아빠가 나를 문제아? 금쪽이?같이 생각한다고 느낀적이 있음 희토 : 금쪽이는 맞지만 문제아는 아님. 가지고 있는게 많은 아이가 충분히 발휘하지 못할까봐 안티깝고 잘못키워낼까봐 걱정되었음 그래서 알려주고싶은 거임. 선주 : 건강, 위생 ,유튜브 그쪽은 고칠 마음이 있음(사실 건강 위생은 당연히 해야하는거고 유튜브는 이틀 전에 잘 얘기했던걸로 확실히 기억하고 있음..) 말만 하면 혼날거같음 나는 내가 잘 크고 있다고 생각했음(잘 컸다의 기준이 뭐지?) 그러나 모르겠다 희토 : 정싱적으로 잘 크고 있음. 전문가들 말로는 사춘기 행동들이라고들 함. 하지만 참다참다 엄마도 인간이라 못봐주겠음. 버릇없이 행동하면 특히. 중2면 다냐 난 갱년기야 힘들어서 약도 먹어. 선주 : 안울려고 해도 자꾸 내가 말하려고 하면 움 아니 차분하게 예쁘게 말하려고 하는데 자꾸 그럼 희토 : 나도 울어 너무 속상해서 선주 : 오늘 다같이 화기애애하고 재밌게 빙수먹고 싶었음 희토 : 나도 그러함. 빙수도 먹고 재밌는 것도 같이 보고 거실에서 같이 자려고했음 선주 : 이렇게 쓰다가 아빠가 와서 혼나다가 이번에는 옷들 버릴거 같음 아까 말하면 안될 분위기여서 말 못했는데 나는 당연히 내가 살고싶은 대로 살고 싶음 앞으로 어떻게 될까 두려움 <내가 생각하기에 엄마가 생각하는 것들> 선주 : 내가 성당에 꼭 갔으면 좋겠음 (처음 안가고싶다 했더니 굉장히 서운해해서 조금 궁금하기도 하고 무안하기도 하고 조금 미안했음.. ) 내가 자신의 말을 다 잘 들었으면 좋겠음 그러나 조금 포기함 희토 : 포기한게 아니고 믿고 기다리고 지켜봐주고 있는 거임.언젠가는 괜찮아지겠지 하고. 인내하고 기다려주는게 가장 힘든거임. 이제까지 어느정도는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몰라주니 참 섭함. 선주 : 나는 태도가 문제임 내가 유튜브로 취미생활먼 하지 말고 공부쪽도 찾아보면 좋겠음 희토 : 유튜브로 주로 뭘 보는지 시청기록을 확인해보기 바람. 취미를 즐기지 말라는 말이 아니고 우선순위와 비중을 말하는거임. 선주 : 얘(나)를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 희토 : 널 어떻게 하면 잘 인도할 수 있을까 이말을 했을때 좋은 걸 얻을 수 있을까 안 좋은 결과를 얻을까 말을 할까 말까 너의 사춘기를 만나면서 나는 언제나 수없이 고민해. 말을 안하고 다행이다 싶을 때도 있고 말을 하고 후회할때도 있지. 선주 : 계속 자신이 우습냐고 물어봄..?(우습긴 무슨 속상하고 무서우니까 울지) 희토 : 아닌거 나도 아는데, 무시하는것처럼 느껴짐 전문가말로는 표현력이 부족해서 그렇다더라 그것도 성장과정이래. 그런데 나도 가끔은 참기 힘들어. 선주 : 화장하는게 마음에 안듬 희토 : 여드름이 돋아날게 예싱되는데 자꾸 모공을 더럽히고 막는 행동들을 하더라구. 그걸 말로 하면 좋는 결과를 얻기 힘들 것 같아서 대부분은 그냥 지켜보지. 선주 : 자신이 많이 참고 있음(혹은 많이 포기했고 배려해 준다고 생각함) 희토 : 맞아. 이런저런 안 좋는 결과가 예상되는 행동을 하는 걸 보면서 많이 인내하고 있거든. 하지만 그건 너의 몫이라서 엄마는 기다리고 지켜봐주고 참아야 해. 다시 말하지만 포기도 아니고 배려도 아니야. 엄마라서 믿고 기다려주는거야. 가장 고수 엄마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 중이지. 그걸 포기나 배려라고 말하면 안되. <내가 생각하기에 아빠가 생각하는것들> 선주 : 학생의 본분은 공부임 그러니 화장을 하는데 신경쓰면 안된다 생각함 중학생이 화장을 하면 사람들이 가정교육을 잘 안받은 아이라고 볼 것이라고 생각함 대학생부터만 화장을 해야 한다 생각함 희토 : 이제까지 너의 미용을 인정해 준 시간들을 생각해 보기 바람. 이야기의 의도와 중심을 잘 생각해보기 바람. 미용에 쓰는 시간, 돈,생각의 비중에 대한 점검 필요함. 선주 : 말대꾸 하는걸 광장히 예의없다고 생각함 예의를 굉장히 많이 중요하게 여김 희토 : 주로 너의 서툰표현일 수 있겠지만 태도,말투에 따라 말대꾸가 되기도 함. 살아가는 데 예의는 중요함. 부모가 아니면 누가 알려줌? 선주 : 자꾸 협박함..(이말하면 또 혼날거같고 이걸 읽으면 혼날걸 알면서 왜 그러냐고 할거같애서 진짜 혼자서 쓰는데 엄청 눈치보면서 씀) <추가로 전하는 말> 선주 : 여깄는 말들 다 솔직하게 쓴거임 혹시 여기까지 다 읽었으면 고마움 근데 다 읽고 아까보다 더 화내고 내가 눈치 없이 반성할줄도 모르고 또 대든다고 하면 오해도 풀고 잘 지내려는 노력이 무산되서 속상할 것 같음 글 읽으면 한층 나아진 톤으로 말 걸어주라 힝 어떻게 되려나 희토 : 너의 이 시간들 속에서 많이 성장해나갈거라 믿어. 부족한 엄마라서 미안하다. 걱정에 휩싸이게되면 충분히 기다려주지 못하는 것 같다. 너의 말대로 믿고 기다릴게. 기대가 욕심이 되지않도록. 누가 뭐래도 선주는 사랑하는 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