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9일 수요일**
밤 9시 30분에 나는 살림 셔터를 내리지 못하고
집안 정리를 끝내는 밤 시간이다.
빨래를 빨래건조대에 널기 시작했다.
오늘은 하얀색 위주의 상의와 속옷 위주의 빨래감이다.
집에 빨래 건조대가 두 개가 있는데
건조대 하나는 상의로 꽉 찼다.
이제 남은 건 우리 가족의 속옷들이다.
또 다른 건조대에 널기 시작했다.
그런데 오늘따라 그 속옷의 수가 어쩐지 끝이 없는 느낌이 들었다.
이 작은 것들을 하나하나 펼쳐서 간당간당 널고 있자니 좀 따분했다.
다시 널려진 빨래들을 바라보니
건조대 하나를 거의 꽉 채운 우리 가족의 속옷들이
오늘따라 너무 웃기네???
"다들 남은 빤스가 있긴 해? 다들 뭐 입고 다니는 거야?"
두 부녀에게 물어보고 나니 더 웃기다.
**9월 1일 화요일**
오늘은 미사에서 해설봉사 있는 날.
평일 오전 미사에는 해설자가 진행과 더불어 종 치는 임무도 더해진다.
그런데 이 종소리에 신자분들의 피드백이 많다고 들은 바 있다.
소리가 안 들린다 타이밍이 빠르다 느리다 어쩐다 저쩐다.
긴장감이 올라온다. 덜 덜 덜
드디어 종칠 때가 다가온다.
총 다섯 번을 쳐야 한다.
신부님 : 간구하오니
희토 : (땡-)
종을 한 번 치고 나니 갑자기 이 상황과 풍경이 내 상상 속에서 코믹으로 바뀌었다.
내 눈에는 빛이 쏟아지는 제대 위의 신부님과
스테인드글라스 창문들을 배경으로 신자분들이 제대를 향하고 있는
그런 거룩한 풍경이다.
순간 내 상상속에서 그 풍경과 내가 벌어지면서
종치는 막대를 들고 신부님을 매의 눈으로 보며
다음 타이밍을 노리는 내 모습을 보게되었다.
갑자기 '이 종치는게 뭐라고' 이렇게 쫄아있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이 상황과 내 모습이 너무 웃긴거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내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냉큼 입술을 꽉 다물었다.
그래서 나머지 네 번의 종은
그냥 가볍고 기쁜 마음으로 편하게 종을 쳤다.
거룩한 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 혼자만 느꼈던
들키면 안 되었던 웃음포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