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주를
나와 가족들의 컨디션 난조, 이런저런 바쁜일과 선주의 계속되는 기침으로
정신이 없는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11월이 되었다.
산만하고 뭔가에 홀려있는 듯한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11월 2일 일요일 오전 8:20 - 펑크**
일요일 오전 늦잠을 자고 있는데 카톡으로 전화가 온다.
잠이 덜 깨서 받았는데 헉! 독서 전례 언제 오냐고 한다. 
등골이오싹하고 식겁;;;;; 
오늘 내 담당임을 아예 모르고 있었다.
헐;; 일정확인에서 놓치고 있었다.
다행히 해주실 수 있는 다른 분이 계셔서 해결은 되었지만
너무 당황스럽고 미안했다. 엉엉ㅠㅠ
어쩐지 봉사 일정이 한 주간 비어있더라니..
그렇게 일주일만에 저녁미사를 가게되었다.
항상 일주일에 두세번 가던 성당을 일주일만에 가니 어디 먼데 다녀온 기분이 드네?
저녁미사에서 나는 유난히 성경 속 가난한사람으로 느껴졌다.
**11월 3일 월요일 오전 11:00 쯤 - 와장창**
최근 몇년간 애지중지 잘 키우고 있는 화분들이 있다.
바이올렛,스킨답서스,펜타스
그런데 그만 베란다에서 물을 주다가 펜타스를 떨어뜨려서
화분의 아래와 받침이 깨졌다. 엉엉ㅠㅠ
조금만 기다려 펜타스야. 화분 도착하면 이사시켜줄게.
**11월 3일 월요일 저녁 6:45 - 어디있니**
선주를 데리러 학원에 가려는 찰라 내 지갑이 안보인다.
들른 곳들 모두 확인해보고 집에 돌아와 뒤져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지막 계산을 하고 '영수증은 괜찮아요'라는 마지막 대화를 하고
나의 지갑을 어디에 넣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내가 흘렸거나 도난을 당했다고 밖에 할 수 없었다.
마음을 내려놓기로 하고 일단 카드분실신고를 한다.
그 와중에 집에 도착한 뭉이 차에 다시 가서 지갑을 찾으러 간다.
운전면허증을 잃어버린게 찜찜해서 면허증 분실신고를 시도를 하는 중에
이것저것 막히는 것들이 있어서 나는 아주 골치가 아프고 있었다.
그때 뭉에게서 메세지가 온다. 운전석 왼쪽 뒤에 껴있는 내 지갑 사진과 함께.
엉엉.ㅠㅠ 거기 있었구나.
이 참에 지갑을 사나 했는데 아쉽지만 안 사도 되겠네. 
신분증을 찾아서 다행이야.
수년 전 그 넓은 코엑스에서 나의 20만원을 끝내 찾아낸 뭉이 생각나네.
뭉의 집념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 한번씩 있다.
이렇게 산만하고 일진사납게 느껴지는 늦가을,초겨울이 하루 이틀 지나가고 있다.
집앞 나무들은 노랗게 되어가고 숱이 적어지고 있다.
그래서 초록초록한 나무로 둘러쌓였던 우리집은 민낯이 점점 보여지고 있는 중이다.
집앞 감나무의 감들은 아직 데롱데롱 매달려서 까치밥이 되가고 있다.
내년엔 손이 닿는 곳에도 감이 열리기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더 커진 벚꽃나무의 봄도, 더 초록초록한 여름도 기대해본다.
집이 점점 나이가 들겠지만 시간이 주는 아름다움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