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6일 목요일 연말의 종로 오봉집. 이런 연말에 저녁시간의 모임이 얼마만인지! 오랜만에 서 교수님과 친구들이 모였다. 한결같은 모습과 목소리에 학창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학생들 앞에서 이 얘기 저 얘기 하시는 모습도 예전과 같다. 말씀해놓으시고 나만 얘기했다고 멋적어 하시는것이 좀 다른 점이라면 다르네. 44년생이신 교수님의 6.25 피난민 이야기. 피난생활을 끝내고 서울 구파발로 돌아오는 여정. 대학에 들어가고 도자기 전공을 하기까지의 사이사이 긴 이야기. 단호하게 짜장면은 안 먹는다던 지인이 먼훗날 짜장면을 먹고 있더라를 비유하시면서 단정짓지 말고 유연하게 살기를 바라시는 말씀도 해주셨다. 정통을 지켜라. 할거면 정통성 있게 제대로 하라는 말씀도. 한참 전에 대학로에서 뵜을때 결혼을 안 하고 있는 우리들을 보시며 2%부족하라고 하셨었던 기억이 있다. ㅋㅋㅋㅋㅋ 주먹을 쭉 내미시며 이런 조그만 거라도 작업을 해보라는 말씀도 함께 잊고 있던, 또는 그다지 없던 전공에 대한 자긍심을 일깨워 주셨다. 학생들 하나하나 모두 기억하고 계셔서 놀라웠다. 우리들 주시려고 선물을 손수 준비해주셨는데, 이름을 하나 하나 종이에 써서 이름을 불러주시며 선물을 나눠 주셨다. 남은 하나는 부인께 줘야겠다고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이 귀여우시다. 이름을 쓰고 불러주시는 모습에 나의 존재감이나 정체성이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진심으로 아끼고 열정적으로 과를 이끌어 오셨구나를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여전히 작업실에서 작업하느라 허리가 안 좋으시다고, 작업실에 초대하고 싶지만 지금 어질러져서 발 디딜때가 없다고 하신다. 인간미가 가득하시다 ㅋㅋㅋㅋㅋ 친구들과는 많은 이야기는 나누지 못했지만 최근 장례식장에서만 연달아 보다가 이렇게 다른 곳에서 맛있는 것도 먹고 차도 마시고 하니 그것만으로도 슬픔이 좀 상쇄되는 것 같아 좋다. 모두모두 건강한 새해를 맞이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