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강
지은이 : 한강
출판사 : 창비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을 축하하는 의미로
우리집도 책을 몇 권 샀다.
내가 먼저 읽기 시작해서 힘겹게 다 읽었다.
고통스러운 장면들이 계속 나오기때문에
나의 책 읽는 편안한 자세처럼 마음도 편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마음 아프지만, 신기하게도 담담하게 읽혀진다.
화자가 계속 바뀌고 있어서 이게 누구지? 여긴 어디지? 언제지?
대화문에 따옴표가 따로 없다보니 누가 얘기하는거지?
이런 저런 의문을 가진 채 읽기 시작했다.
읽다보니 아.. 뒤늦게 화자를 깨닫게 되기도 했다.
항상 자기전에 읽다보니 비몽사몽이였을 수도?
이런 의문들 속에 궁금함이 이어져서 끝까지 읽게 되었다.
명확해지고 싶어서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연이어서 또 읽기보다는 나중에 읽어보는게 낫겠다.
2장 검은숨. 영혼이 된 정대의 생각과 마음들이 가장 인상적이였다.
죽고 나서의 생각이라는게 있을지, 볼 수 있을지 궁금하던 사후가
꽤나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어서
죽은 혼들의 시선으로 깊숙히 들어가보는 느낌이였다.
4장 쇠와피에서 양심이란 단어가 마음에 남는다.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이렇다고 한다.
양심 :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
양심이 있는 사람과 양심이 없는 사람
존엄을 지키려는 자와 존엄을 무시하는 자
양심이 있지만 소속안에 무뎌져 어쩔수없이 또는 어쩌다보니 죽이는 자
온 세상사람들이 모두 양심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여 항상 누군가는 고통속에 살아간다.
그래서 가끔씩 하늘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왜 저놈 안잡아가나 그런 답답함이 들면서.
광주이야기를 넘어서 역사적으로 세계적으로 계속 일어나고 있는
인간의 존엄을 처참히 짓밟는 인간의 잔인함에 대해
계속 묻게 된다. 도대체 왜? 무엇을 위해서?
왜 죽어야 하는지 모른 채
양심이 용기를 불어넣어 사람들과 함께 하게 되었던 소년.
깊이 기억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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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 싶은 문구들**
53P
몸들의 높은 탑 아래 짐승처럼 끼여 있는 내 몸이 부끄럽고 증오스러웠어
고깃덩어리처럼 던져지고 쌓아올려진 우리들의 몸을.
57P
그걸 당긴 따뜻한 손가락을 생각해.
나를 조준한 눈을 생각해.
쏘라고 명령한 사람의 눈을 생각해.
58P
왜 나를 봤지. 왜 나를 죽였지
99P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114P
군인들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걸 모르지 않았습니다.
다만,이상한 건, 그들의 힘만큼이나 강렬한 무엇인가가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군인들이 쏘아 죽인 사람들의 시신을 리어카에 실어 앞세우고 수십만의 사람들과 함께 총구 앞에 섰던 날. 느닷없이 발견한 내 안의 깨끗한 무엇에 나는 놀랐습니다. 더이상 두렵지 않다는 느낌.지금 죽어도 좋다는 느낌. 수십만 사람들의 피가 모여 거대한 혈관을 이룬 것 같았던 생생한 느낌을 기억합니다. 그 혈관에 흐르며 고동치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심장의 맥박을 나는 느꼈습니다. 감히 내가 그것의 일부가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117
아니요,쏘지 않았습니다.
누구도 죽이지 않았습니다.
계단을 올라온 군인들이 어둠속에서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도,우리 조의 누구도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습니다. 방아쇠를 당기면 사람이 죽는 다는 걸 알면서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린 쏠 수 없는 총을 나눠 가진 아이들이었던 것입니다.
134
그러니까 인간은,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 것입니까? 우리들은 단지 보편적인 경험을 한 것 뿐입니까? 우리는 존엄하다는 착각속에 살고 있을 뿐, 언제든 아무것도 아닌것,벌레,짐승,고름과 진물의 덩어리로 변할 수 있는 겁니까? 굴욕당하고 훼손되고 살해되는 것, 그것이 역사 속에서 증명된 인간의 본질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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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 싶은 작가님의 말**
"현재가 과거를 도울 수 있는가
산 자가 죽은 자를 구할 수 있는가"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자가 산자를 구할 수 있는가"
"그 훼손된 얼굴들은 오직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으로 내 안에 새겨졌습니다.
인간은 인간에게 이런 행동을 하는가?
나는 생각했습니다.
동시에 다른 의문도 있었습니다.
같은 책에 실려있는 총상자들에게 피를 나눠주기 위해 대학병원 앞에서 끝없이 줄을 서있는 사람들의 사진이였습니다.
인간은 인간에게 이런 행동을 하는가?
양립할 수 없어보이는 질문의 충돌에 풀 수 없는 수수께끼가 되었습니다."
작가님은 살해되었던 수줍은 성격의 조용한 사람 이었다는 박용준님이 마지막 밤에 쓴 글을 보고,소설의 방향을 벼락처럼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하느님 왜 저에게는 양심이 있어 이렇게 저를 찌르고 아프게 하는것입니까?
저는 살고 싶습니다."
"인간은 어떻게 이토록 폭력적인가?
동시에 인간은 어떻게 그토록 압도적인 폭력의 반대편에 설 수 있는가?
우리가 인간이라는 종에 속한다는 사실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간의 참혹과 존엄 사이에서 두 벼랑 사이를 잇는 불가능한 허공의 길을 건너려면 죽은자들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어린 동호가 어머니의 손을 힘껏 끌고 햇빛이 비치는 쪽으로 걸었던 것처럼, 당연하게도 나는 그 망자들에게 유족들과 생존자들에게 일어난 어떤 일도 돌이킬 수 없었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은 내 몸의 감각과 감정과 생명을 빌려드리는 것 뿐이였습니다.
소설의 처음과 끝에 촛불을 밝히고 싶었기에 당시 시신을 수습하고 장례식을 치르는 곳이었던 상무관에서 첫 장면을 시작했습니다."
"온다는 오다의 현재형입니다.
2인칭으로 불리는 순간 희끄무레한 어둠속에서 깨어난 소년이 혼의 걸음걸이로 현재를 향해 다가옵니다. 점점 더 가까이 걸어와 현재가 됩니다.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쓰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건너 계속해서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현재형이라는 것을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작가님이 8살 아이때 썼던 4월의 날짜가 적힌 시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
사랑이란 무얼까?
우리의 가슴과 가슴을 연결해주는 금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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